군경비대에 끌려 온 세수나는 더러운 감방 바닥에 누웠다. 감옥의 교도관들은 세수나를 어떻게 할지 의논하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세수나의 부모가 에리트레아 정교회 신자이니까 잘만 설득하면 세수나가 ‘이단‘인 복음주의 신앙을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세수나가 담대하게 신앙을 선언한 것을 보면 그녀가 사회 부적응자라는 사실을 보여주므로 다른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전에 그녀를 감옥에 가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군부대에 수감된 사건은 세수나가 처음 겪은 어려움은 아니었다. 엄격한 에리트레아 정교회 신자 부모에게 태어난 세수나는 어린 시절에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삼촌 집에서 자랐으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느낌을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  

세수나는 열네 살 때 성경을 처음 읽었다. 한 루터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자원봉사를 하기위해 필요했기 때문이다. 세수나는 하나님 말씀을 읽으면서, 에리트레아 정교회의 가르침 가운데 많은 부분이 성경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로 세수나는 불법 복음주의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복음주의 교회가 불법이었던 까닭은 에리트레아 정부가 에리트레아 정교회, 루터교회, 로마 가톨릭 교회, 이슬람 이렇게 네 종교만 합법으로 인정해주었기 때문이었다. 2003년 이후로 에리트레아 정부는 공인되지 않은 교회의 지도자들을 색출하고 기독교인 수천 명을 체포했다. 그 가운데 많은 이들이 수십 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다.     

세수나가 학교에서 비공식적인 성경공부를 시작했다가 결국 퇴학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된 친척들은 그녀를 심하게 구타했다. “복음주의 신자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날 진짜로 경험했어요.”라고 세수나는 말했다.  

사와 감옥에 있는 교도관들은 세수나를 학교로 돌려보내지 않기로 결정한 뒤에 여죄수 감방에 가두었다. 세수나는 몹시 더러운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아주 작은 방을 다른 여죄수 15명과 함께 써야 했다. 감옥은 양철로 지은 건물이라 밤이면 얼어붙을 만큼 추웠고 낮에는 푹푹 쪘다. 여죄수들은 손으로 음식을 먹어야 했다. 때로는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었고, 열악한 위생 상태에서 영양실조와 질병을 앓으면서도 치료를 거의 받지 못해 고생했다.    

오후 6시, 여죄수들은 하루 딱 한 번 화장실에 가도록 허락받았다. 교도관들은 여죄수 몇 명이 탈주를 시도할 것을 우려하여, 죄수들을 한 줄로 세워 밖으로 데려간 다음 지켜보았다. 교도관 몇 명이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것때문에 세수나는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 결국 세수나는 매우 적은 양을 먹고 마신 탓에 병에 걸리고 말았다.  

세수나는 매주 심문실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교도관들은 세수나를 설득해서 기독교 신앙을 철회하게 하려고 몇 시간씩 노력했다. 심지어 세수나를 설득하기 위해 그녀의 학급 친구들을 심문실로 데려오기도 했다. 세수나는 “예수님을 부인하면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나도 잘 알아”라고 친구들에게 말했다.      

세수나가 너무 아파서 더는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자 교도관들이 힘없이 축 늘어진 그녀를 들어 올려 의무실로 옮겼다. 하지만 세수나는 너무 허약했기 때문에 침상에서 떨어져 척추가 세 군데나 부러졌다. 교도소 관리들은 세수나를 에리트레아의 수도 아스마라Asmara에 있는 한 병원으로 이송하여 수술을 받게 했다. 그들은 세수나가 회복되면 다시 교도소로 돌아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가족에게 버림받은 채 평생 군복무를 하거나 감옥에 갇혀 지내야 하는 세수나는 에리트레아에서 도망치기로 결심했다. 퇴원 후 세수나는 군 교도소로 돌아가는 대신 국경을 넘어 인접한 에티오피아로 들어갔다. 그러나 에티오피아에서도 세수나의 상황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세수나는 에티오피아에 있는 에리트레아 난민 캠프 네 곳 중에서 가장 나쁜 곳으로 배정되었는데, 방을 같이 쓰는 무슬림들이 툭하면 세수나를 때리고 그녀에게 배급된 식량을 훔쳤다. 낙심한 세수나는 에리트레아로 돌아갈 생각을 했다.     

하지만 때마침 세수나는 난민 캠프에서 열리는 복음주의 예배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공개적으로 예배를 드리는 순간이었다. 심지어 세수나는 주일학교에서 다시 가르치기 시작하기도 했다. 그 이후, 교회 지도자 한 사람이 세수나를 만난 뒤, 순교자의 소리에서 지원하는 난민 캠프 근처에 있는 성경학교를 추천해주었다.  

현재 성경학교에서 첫해 수업을 받고 있는 세수나는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학교에서 지낸다. “처음 성경학교에 왔을 때는 제가 많이 안다고 생각했어요. 지식이 있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여기서 공부하면서 제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에 도전받아 주님을 더 많이 알게 되었어요. 하나님은 제가 내일의 사역을 감당하도록 준비시키고 계십니다”    

성장 과정도 힘들었고 가족의 뒷받침도 없어서 연약해질 수 있었지만, 세수나는 그런 것들을 앞날의 사역을 위한 준비로 여긴다. “하나님은 제 삶에서 사람들을 다 거두어가셨어요. 그래서 저는 사람을 의지하지 않아요. 그래야 강해질 수 있어요”라고 세수나는 말한다.   

어린 나이에 많은 시련을 겪은 세수나는 영원함의 세계에 집중하며 머물려고 애쓴다. “세상은 언젠가 지나간다는 것을 저는 믿어요. 하지만 우리가 주님을 믿는다면 모든 것을 소유한 거나 마찬가지에요”라고 그녀는 말한다.